[AoN] 인터뷰 자막 처리의 기준

 
 
얼마전 다른 방송사에 근무하는 동료 기자가 전화를 해 오더니, 난데없이 물어본다.
"요즘 MBC 뉴스는 인터뷰이에 자막을 넣기도 하고 안넣기도 하고...기준이 뭐야?"
마치 MBC 뉴스가 매우 세밀한 기준을 갖고 자막을 처리하는 거 아니냐는 투의 질문.
 
흐음...솔직히 말해줬다. 원칙이 사라졌다고. 원래는,
 
1)인터뷰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고
2)인터뷰이의 입술 모양이 보이고
3)대변인이나 공식 브리핑인 경우
 
해당 인터뷰이의 이름과 직함, 시간장소 정보만 자막으로 처리한다.
 

그가 하는 말은, 육성으로 시청자에게 전달되도록 자막 처리를 하지 않았던 게  관행이었다.
그런데 몇해전 한 고위 간부 중 인터뷰 자막을 강조하는 분이 있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경우 대부분 '종합편집'이란 걸 하기 때문에 영상에 이미
자막 작업을 입혀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사다큐는 인터뷰이의 목소리가
잘들리더라도 자막을 동시에 제공한다.
 
그 고위간부는 시사프로그램의 경험이 많은 분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고위간부의 영향 탓인지, MBC 뉴스에는 자막처리를 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때로는 대변인의 논평에도 자막을 처리하고, 대통령의 연설이라할지라도 또렷이 들리지 않는
경우 자막을 넣는다.
자막 처리의 장점이랄까,

우선 청각 장애인들이 뉴스를 볼때 큰 도움이 되겠다. 청각 장애인들이 내가 제작한 뉴스를
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더 많이, 자세히 자막을 넣어야 겠다는
생각도 한다.

또 가족들과 식사를 하거나,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면서 뉴스를 보는 경우,
인터뷰이의 자막을 넣어주는 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

특히 인터뷰이의 발언에 어려운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정확히 발음을 하지 못한 경우엔
자막처리를 하는 것이 뉴스 이해도를 높이는데 중요하다.

단점도 있겠다.

TV 뉴스의 인터뷰는 화자의 미묘한 감정과 어조, 표정을 통해서 텍스트 이상의 의미를 전달한다.
그런데 자막에 시청자들의 눈길이 고정된다면, 그런 묘미는 사라져 버린다.
결국 신문의 지면 인터뷰처럼 '문자화'된, 죽은 인터뷰로 전락할 수 있는데
이는 어찌 생각하면 TV 뉴스의 생명력을 좀먹는 자해행위다.

흠...특히나...몇몇 대변인이나 인터뷰이들이 불만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잔뜩 단장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섰는데,
자막처리를 하는 바람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글자'로 쏠린다는 불만이다.
정작 말을 하고 있는 인터뷰이의 얼굴에는 눈이 안 가고, 자막에 눈길이 쏠리는 문제가 있다.

또한가지를 들자면, '원칙'이 뭐냐는 논란도 있다.

모든 인터뷰이의 멘트에 자막을 처리해 줄 건지, 어떤건 해주고 어떤건 안해줄 건지...
단일한 뉴스 프로그램 안에서 통일성을 갖추지 못한 채,
각 기자들마다 판단을 달리하고 자막 처리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도
좋은 뉴스가 보여줘야할 모습은 아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AoN] 눈동자가 사라졌어요? 블루스크린과 그린스크린의 비밀

[AoN] picture in picture(PIP)/일명 구멍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