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N] 번잡스런 CNN 뉴스 자막의 비밀?




우리나라 뉴스를 보다 CNN 뉴스를 보면 눈이 아프다. 방송 뉴스 화면에 왜 저리 많은 자막과 글자가 등장하는지...

현재 보도중인 사건 사고 내용을 요약하는 자막, 여기에 본 뉴스와는 전혀 상관없이 맨 아래 하단 스크롤 자막, 또 거기에 전광판 처럼 번쩍 거리는 'LIVE' 표시.

이 사진엔 없지만 자료 화면이나 유튜브를 통해 취득한 화면일 경우에는  시청자의 오해가 없도록
(CNN이 직접 촬영한 화면이 아니라는) 화면 우측 상단에 또 자막이 나오고

자사 뉴스만의 특종일 경우에는 exclusive 라고 또 껌뻑거리는데...

홈쇼핑도 아닌 CNN에서 왜 이렇게 형형색색 요란스러운 자막을 넣고 싼티나게 방송을 할까.

2007년에 KBS가 TV 스크롤 자막뉴스에 대한 시청자 의견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걸 보고 상당히 놀랐었는데, 6천4백명의 시청자 중에서 87.1%가 스크롤 자막 뉴스에 관심을 갖거나 주의를 기울인다고!
심지어 85.0%의 시청자가 스크롤 자막 뉴스를 통해 새 뉴스를 습득한다는 거...흠...그러고 보니 기자인 나도 스크롤 뉴스 많이 보는 것 같다.

그럼, 스크롤 자막 뉴스가 왜 인기를 끄는 건가?
KBS 조사에 따르면, 50.9%가 하루의 뉴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꼽았고, 27.7%는 자기가 몰랐던 최신 뉴스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마지막이 압권! "본 뉴스의 내용이 너무 지루해서 보조 시청하는 경우"가 17.8%였다.

아...본 뉴스 열심히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시청자들이나 저나 스크롤 자막 뉴스에 상당히 의존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뉴스 전문 채널인 CNN 입장에서 저렇게 요란스러운 자막 스크롤을 넣는 이유를 이제 알겠다. 시청자를 잡아 두기 위한 것인데,
생각해보면 뉴스만 하루종일 방송하는 CNN의 경우, 이미 한번 뉴스를 본 시청자를 계속해서 자사 채널에 붙잡아 두려면
자막 스크롤 뉴스를 통해 새로운 내용과 색다른 내용을 꾸준히 업데이트 해 줘야할 필요가 있는 것.

이런 점에서는 SBS의 판단이 매우 신속하고 과감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KBS나 MBC는 메인 종합뉴스, 즉 9시 뉴스에 자막 스크롤 뉴스를 진행하지 않고 있지만, '한시간 빠른 뉴스' SBS는 꽤 오래전부터 저녁 종합뉴스에서 자막 스크롤 뉴스를 방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스크롤 자막 뉴스 내용이 중요할 때(31.6%)』도 자막에 눈길을 주지만『본 뉴스 내용이 이미 접한 뉴스일 때(26.6%)』도 스크롤로
눈길을 돌렸다. 더구나 『무의식적으로 본다(24.7%)』는 거...

기자 초년병 시절에 대만에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대만은 땅이 좁은 탓에 공중파 TV와 유선 TV 등이 별로 차별화되지 않은 채 100 개에 가까운 채널이 난립하고 있었다. (당시엔 우리나라 케이블방송의 영향력이 미미했을 때라, 대만의 방송 환경이 무척 낯설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도 시청률이 제법 나오는 케이블 방송사들이 적지 않다. 아마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케이블 방송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도 대만처럼 바뀔 것이다) 우리 드라마 대장금이 한 채널에서 시청률 5%를 넘기자 대대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대만 타이페이 숙소에서 TV 뉴스를 보던 나는 정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는데, 모든 채널의 뉴스가 마치 우리 홈쇼핑 처럼 하단은 물론 세로 왼쪽, 세로 오른쪽 모두 글자와 자막, 무슨 광고까지 난리가 난 것이다.

뉴스 화면은 잡스러운 자막 없이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방송 기자들의 입장에선 난해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관성은 경쟁이 심하지 않은 우리 방송환경의 영향 탓일 것이다. 단 한명이 아쉬운  대만 방송사들의 입장에선 본 뉴스 뿐만아니라 스크롤 자막과 또다른 메시지 등등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고 있어야 했던 것이다.

아, 이제야 알겠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만 TV들의 몸부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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