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N] 모자이크로 뭉개뿔면 시청률은 우째!!


한 방송 뉴스에서 사고로 사람이 죽는 장면이 모자이크 되지 않은 상태로 방송됐다가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았다.

뉴스 제작진들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다급한 방송 시간에 쫓기다 가려야 할 부분, 즉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할 부분을 실수로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것이리라.

그러나 방송심의 규정은 이런
방송사고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7조(충격・혐오감) 방송은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다음 각호의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된다. 단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1. 참수․교수 및 지체 절단 등의 잔인한 묘사
  2. 자살장면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나 자살방법을 암시하는 표현
  3. 총기․도검․살상 도구 등을 이용한 잔학한 살상 장면이나 직접적인 신체의 훼손 묘사
  4. 훼손된 시신․신체 장면
  5. 잔인하고 비참한 동물 살상 장면
  6. 위 각호에 준하는 사항의 구체적 묘사

사실 국제부 외신 뉴스 야간 당직 근무를 하다 보면 아프간 테러리스트들의 참수 장면이 여과없이 들어온다거나, 몇몇 독재국가에서 벌어지는 대량 학살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채 들어온다.
새벽 너댓시에 그런 장면을 본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일 뿐더러 사람에 따라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끔찍한 화면의 후유증은 엄청날 수 있다. 최근 사고를 겪었던 사람들은 붉은 핏자국만 보더라도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잔인한, 끔찍한 화면에 대한 모자이크 작업은 더욱 절실하다.

모자이크로 화면을 뭉개버릴 경우(방송 기자들은 모자이크 작업에 대해서 종종 '화면을 뭉갠다'는 표현을 쓴다) 이 장면이 무슨 장면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종의 알권리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재 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아까운 일이다. 내가 애써서 구한
현장화면을 모자이크로 뭉개버린 채로 방송해야 한다는 것이 아깝고 또 아깝다.

때에 따라선, 모자이크 비율이 높을 경우엔, 도대체 무슨 그림인지 시청자들이 알 수 없으니, 채널이 돌아가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시청률이 뚝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볍게, 약하게, 형식적으로만 모자이크 작업을 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에 무차별적으로, 남녀노소 할 것없이 노출되는 방송 뉴스는 모자이크 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

사실 필자 개인적으로 얘기하면, KBS의 동물의 왕국을 볼때마다 가슴을 졸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자나 늑대가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장면 때문인데. 어떤 경우엔 제대로 모자이크가 나가는데, 가끔 좀 수위를 넘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밀림의 동물 세계를 어린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채널을 틀었던 시청자들에겐 끔찍한 경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케이블 방송에서 굶주린 개들이 약한 개를 산 채로 뜯어먹는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내보냈다가 혐오성 논란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대상이 사람이 됐건 동물이 됐던 잔인한 장면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는 거...  

기자 초년병 시절부터 철저하게 교육 받는 모자이크는 위와 같은 끔찍한 경우 외에도 몇가지가 더 있다.

예를들면,

(1) 불미스러운 사건과 관련해 '어린이'의 얼굴이 나가지 않도록
(2) 간접광고로 오해될 수 있는 공산품의 상표나 로고
(3) 성매매업소나 유흥업소 등 종사 여성
(4) 특정인의 개인정보 (실명,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번호)

혐오성, 선정성과 상업성, 그리고 인권...뭐 이정도로 요약되겠다.

얼마전 나를 고민스럽게 했던 뉴스가 있었다. 소위 북한 인권 전문가라는 사람이 가져온 북한 꽃제비 동영상이 있었는데, 눈치 빠른 어른들을 찍을 땐 멀리서 촬영한 반면, 눈치없고 들켜도 별말없는 북한 어린이들은 클로즈업으로 당겨 찍은 동영상이었다.
그림이야 엄청 재미있지만, 그 어린이들이 무차별적으로 화면에 나가 낯한번 본적없는 남쪽 사람들에게 측은 동정의 대상이 되도록 만든다는 게 나의 양심을 계속 괴롭혔다. 결국 나는 사내에서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차장, 부장, 편집부장...ㅋㅋㅋ) 어린애들 얼굴을 모조리 모자이크 했다. 마음이 얼마나 편하던지...

물론 방송은 하나도 재미없는 뉴스가 됐지. 불쌍한 북한 꽃제비들을 동정하고 측은하게 생각할 껀덕지가 전혀 없었으니까.

<어린이 묘사에 있어 신중해야할 부분-방송심의규정>

제45조(출연) ①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그 품성과 정서를 해치는 배역에 출연시켜서는 아니된다.
  ②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성인대상 프로그램의 방청인으로 동원하여서는 아니된다.
  ③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그들의 신분으로서 부적합한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된다.
  ④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흡연․음주하는 장면을 묘사하여서는 아니되며,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⑤방송은 범죄피해를 당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피해상황에 대한 인터뷰를 할 때는 보호자, 법정대리인 또는
친권자의 동의를 받거나 입회하에 이루어지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최근엔 각종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자이크'를 역 이용한 간접광고가 대유행이다. 이건 뭐 모자이크를 한건지 안한 건지,
모자이크를 했다고 해도, 특정 브랜드의 경우 글자만 가리고 로고의 배치 형태는 그대로 놔둬 어린애들도 다 알 수 있는
하나마나한 모자이크를 하는데...

아니 아우디 같은 차는 로고에다가 검은색을 칠하면...링모양 4륜이 검은 원 모양 4륜으로 보이는데...모자이크를 뭐하러 하나.
노스페이스는 또 어떻고. 글자만 모자이크 하면, 로고 모양은 다 비치는데.....
ㅋㅋㅋ 더레드페이스로 착각할 사람도 있긴 있겠지만...

제일 골치아픈 게, 제보자가 모자이크를 해 달라는 경우다.
제보자 덕분에 사회의 크고 작은 부조리를 지적하는 고발 보도를 해야 하는데, 이 제보자가 죽어도 자기 얼굴이 TV에 나오면
안된다는 것.

모자이크 하면 되지? 그건 또 고민할 부분이 있다. 대체로 부정한 일을 저지른 범죄자나 사기꾼...파렴치한 사람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자의 기사에 신뢰성을 배가해 줘야 할 제보자 얼굴에 모자이크를 한다?
그건 시청자들로 하여금 제보자와 거리를 두게 하고, 나아가 불신의 마음을 갖도록 유도하는 꼴이다.

그래서 등장한 방법이 제보자의 뒤통수 촬영.
기자와 제보자가 마주보고 대화하는 장면을 연출한 뒤, 제보자의 뒤통수+기자의 얼굴을 촬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보의 수준이 상당히 민감하고 파급력 있는 경우엔,
뒤통수 촬영도 거부된다.

권력 핵심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경우나, 사회 저명인사 유명 대기업의 부조리를 알이는 제보자가 익명을 원할 경우엔
그래서 더 신중한 방법을 사용한다.

다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아, 필자도 방송기자가 된 이후 한두번 밖에 보지 못했다. 바로 실루엣 처리다.
보통은 다큐같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쓰이는 방식인데
막을 사이에 두고 조명을 쳐서 그 막에 제보자의 그림자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아하, 최근엔 토크쇼 같은 예능프로그램에서 깜짝 게스트가 등장하고, 누군지 맞히는 놀이를 할 때도 활용되는 것 같다.

이처럼 제보자의 실루엣 밖에 쓸 수 없는 상황에선 음성변조는 당연하고
증인 보호 프로그램 같은 것도 미리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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