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N] "한국 방송뉴스의 오디오는 정말 엉망이야"


 
2006년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 취재때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생방송 뉴스를 진행하기 위해 현지 크루와 계약을 맺고 위성 생방송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였는데, 한참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

갑자기 붐마이크를 맡고 있던 동유럽계 여자 스탶이 'stop!' 이라면서
연습을 막더니 카메라맨에게 뭐라고 한참을 얘기한다.

'그런가부다...' 무심히 내 멘트를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고, 다시 연습 시작.

그런데 그 여자 스탶이 또 나선다. 카메라와 오디오 간에 뭔가 안맞는 모양이다.

그 때부터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방송사에선 보통 카메라 기자가 주도권을 갖고 오디오 등 음향에 신경을 쓴다.
그럴수밖에 없는 게, 카메라 기자는 정규직 사원이지만 오디오맨은 전문성도 부족하고
대부분 2년한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인력이기 때문.

하지만 독일에서 만난 현지 방송팀은 달랐다.
일단 카메라맨과 오디오걸(?)의 상하관계가 존재하지 않았고,
오디오 담당 스텦이 자신의 음향 작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독립적으로 판단, 조치하고 있었다.

오디오 맨의 장비도 달랐는데, 우리 나라의 오디오맨은 대개 카메라 기자 보조쯤 역할인데
그래서 자기 장비(붐 마이크나 고성능 헤드셋 등)는 뒷전이고 카메라 기자들이 무거워하는
트라이포드(삼발이)를 들고 다니는데 열중한다.

반면 독일 방송팀의 오디오 담당자는 붐마이크와
헤드셋, 또 휴대가 어려워 보이는 무거운 음향 조정 장비까지 갖추고 있었다.

언뜻 전에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얘기가 생각났는데,
외국의 공중파 방송사들이 한국의 방송 뉴스를 보고 기겁하는 것 중 하나가
'오디오' 즉 음향 부분이라는 것.

어떤 외신 기자는 "한국 뉴스의 오디오는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는데,
방송 뉴스 제작에 있어서도 이런 문화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었구나.

여하튼 덩치큰 카메라 맨을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내가 봤을 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오디오 음향 수음을 위해 과감한 액션과 우렁찬 목소리로 활약하던 그 동유럽계 오디오 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아, 방송 뉴스에서 소리도 굉장히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종종 해본다.

우리 ENG 뉴스 팀이 갖고 다니는 오디오 장비는 통상 와이어리스 라고 불리는 무선 마이크와 기자들이 들고 스탠드업할 때 자주 쓰는 로고텍이 붙은 지향성 마이크, 두 종류다.
 (붐마이크 없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워서 한국처럼 순발력과 기동성이 필요한 현장이 많은
나라에선 사치품이다)

그러다보니 아쉬울 때가 많다. 여러분도 가끔 들으실 때가 있겠지만,
 대기업 회장이나 유력 정치인들이 검찰에 출두할 때 "야 X팔, 거기 앉아! 나와!"
뭐 이런 현장음 아닌 현장음이 고스란히 생방송 전파를 탈 때가 있다.

이건 보통 카메라 기자들이나 사진기자들이 지르는 소리다.
자사의 카메라 렌즈가 괴한(?)이나 잡상인(?)으로 인해 막혔다거나
가려질 때, 거의 본능적으로 욕설이 쏟아진다.

만약 붐마이크 시스템이라면 이런 원치 않는 음향들은 걸러지고,
출두하는 회장님과 의원님들의 멘트만 깨끗하게 담을 수 있을 텐데...

현장음으로 들어오는 채널1 오디오와 마이크를 통해 들어오는 채널2 오디오,
이 두가지 음향에만 의존하다 보니 우리 뉴스의 오디오 수준이 프로페셔널을 지향하는
외국 방송쟁이들에게는 거슬릴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런 변명도 가능하겠다. 니들, 한국에 한번 살어봐. 아니, 한국에서 함 기자해봐....고상 떨 시간 없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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