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N] 공짜 인터뷰




필자가 사회부 사건팀에 있을 때 전문가 인터뷰를 찾느라 애쓰던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누구라고 말씀드리기 참 뭣한 대학 교수님이 계셨다.

"여보세요? MBC 현영준 기자라고 합니다. 이러이러한 분야에 대해서 취재중인데,
교수님께서 인터뷰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으신지요?"

이 교수가 아니면 마땅한 전문가를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 섭외 실패하지 않으려고
정중하게 예를 갖춰 부탁을 했는데, 대뜸...

"나는 인터뷰 사례비를 꼭 받아야 합니다. 인터뷰비 안 주면 안해요."

처음엔 정말 농담인줄 알고, 하하하 웃었는데, 그 교수는 농담을 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미국에서도 교수 했는데, 그곳 기자들은 방송 인터뷰 하면 꼭 비용을 지불합니다.
왜 우리나라 기자들은 공짜로 하려고 하지요?"

나무라듯, 강경한 말투였는데,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하기도 했고
실없는데 시간을 끌기 싫어서 더이상 대화를 주고받지 않고 다른 사람을 찾기로 했다.

그 뒤로도 가끔 그 교수가 생각난다.
뉴스에 출연하는 전문가, 교수, 시민단체 관계자...
이들이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논란에 대해 자신의 지식 또는 견해을
방송 뉴스에서 밝히는 것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을 한다? 혹은 보상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방송 기자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인데,
우리나라 방송 중에서 특히 TV 뉴스는 인터뷰이에게 금전적으로 매우 인색한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사실, 해당 전문가가 방송 뉴스 출연을 통해 그 분야에 대한 안팎의 '권위'를
간접적으로 인정받는 등 무형의 '보상'이 있다는 암묵적인 판단이 기자들에게 있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TV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싶어도
모두가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인터뷰이로 '선택'된 전문가는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본인의 주장이나 견해를
전할 수 있는 등 인터뷰이가 뉴스 출연을 통해 얻는 '효익'이 분명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전문성을 인정받는 동시에 제 견해를 파급력있게 공표할수 있는 기회를 얻는 마당에
방송사로부터 금전적인 보상까지 받는다?

이쯤되면 아까 그 교수가 너무 뻔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뉴스 제작자로선 전문가인 인터뷰이에 대해
방송사가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것이 적절한 지, 적절하지 않은 지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방송사가 언제나, 늘, 어떤 상황에서도 인터뷰이에게 보상을 하지 않는 건
또 아니다.

간혹, 인터뷰이가 일용직 근로자거나 금전적으로 절실한 상황에 놓여있을 경우
건당 10만원 정도의 인터뷰 사례비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해외 출장 취재의 경우엔, 그 나라에서 관례일 수 있으므로 별도의
우리 출장 취재팀이 인터뷰 사례비를 청구할 수 있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방송사의 뉴스 출연 비용 지급이 다르다면,
그것은 사실상 인터뷰이를 구별하고 있고(차별이 아니라)
뉴스 출연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암묵적인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이는 그럼, 어떻게 나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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