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N] 우리와는 판이한 CNN의 초상권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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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4일, 미국 몬타나주의 한 여성이 결혼한지 불과 일주일 남짓 만에 남편을 절벽에서 밀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CNN에서 방송됐다. 6월말쯤 결혼한 Jordan Linn Graham 이라는 여성은 남편 Cody Johnson과 7월 8일 Glacier National Park에서 하이킹을 즐기고 있다가 말다툼중 화가나서 두손으로 남편의 등을 밀어 절벽으로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바로 위에 보이는 두 부부의 사건이다. 사건이야 별로 놀랍지 않다. 다만 우리 뉴스와 뚜렷하게 다른 점은 피의자와 피해자가 TV 뉴스를 통해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방송됐다는 점이다. 어디서 구했는지, 두 부부가 결혼식때 다정한 포즈로 함께 춤을 추고 있는 동영상도 모자이크나 블러 처리 없이 뉴스에 방송됐다. 그녀를 기소한 검사나 그녀의 변호사를 통해서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 관련 서류에도 이름이 여과없이 모두 밝혀져 있고, 심지어  기소내용까지 상세하게 보도됐다. 우리나라였다면 초상권 침해, 개인정보유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졌을 방송보도였다. 그러나 CNN을 비롯한 미국의 방송 뉴스에선 이 사건 보도가 예외적인 게 아니다. 대부분의 사건사고, 즉 살인이나 사기, 강도, 인신매매, 불법 유흥업소 등 사회부성 기사 모두 이와같이 피의자의 초상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CNN의 뉴스를 보고 심난해 하고 있는데 심지어 피의자, 피해자의 친구들도 얼굴을 다 드러낸 채 방송에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영철, 강호순, 김길태와 같은 흉악범죄의 경우에도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방송할 수 있다. 결코 미국보다 인권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는 우리나라가 유독 범죄자들의 인권에 대해 과도한 보호를 하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이는 법원의 판결 탓이 크다. 힘겹게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얻어낸 미국 국민들 사이에선 뉴스나 보도프로그램이 광범위

[AoN] 셧다운? 디폴트? 양적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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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사상초유, 미국의 셧다운 때문에 온 세계가 시끄럽다. 셧다운? 우리말로 번역하자만 '정부폐쇄' 나 '업무정지'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용어다. 함께 등장하는 '디폴트'는 '채무불이행' 정도로 번역돼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고. 그런데 우리 방송뉴스에선 "셧다운이 장기화돼 디폴트 우려가 나온다"는 식으로 조상님들로썬 전혀 이해되지 않는 단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렇게 외래어도 아닌 외국어를 자국 지상파 방송 뉴스에서 마구잡이로 노출시키는 데 대한 변명이랄까? 해당 용어들의 비언어적 의미까지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순 있겠지만, 언어 순화의 중요한 임무를 갖는 공영방송사로선 적절한 접근방식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아마 2007년 정도였을텐데, 역시 미국의 부동산 대란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이런 현상을 일으킨 주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당시 KBS가 '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라고 번역해서 뉴스에 사용한 적이 몇번 있는데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이라는 생소한 외국어를 일단 우리나라 용어로 바꾼 것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도 조금 있었으나, 되레 '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라는 말을 듣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반문에 직면했다. 어렵고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애써 용어 순화를 했던 KBS의 입장에선  좌절이 아닐수 없는데, 이런 상황은 또다른 용어 순화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됐다. 2012년부터 미국발 외신 뉴스에 등장했던 '재정절벽'이나 '양적완화'라는 표현인데, Fiscal cliff라는 단어를 번역한 게 '재정절벽'이고, 쩝... quantitative easing의 번역이 '양적완화'다. 뭐, 일견 큰 고민없이 그냥 읽히는대로 번역한 탓도 있겠지만 경제학을 전공한 필자로서

[AoN] 국정감사, 방송과 정치인의 미묘한 뒷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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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이면 어김없이 국정감사의 시절이 온다. 이때가 되면 방송기자들과 보좌관들이 마치 암거래상처럼 은밀히 만나는 일이 잦아진다. 국회 의원회관이나 주변 식당에선 서로 자료 파일을 주고 받는 방송기자와 보좌관들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방송기자는 국회의원만이 갖는 정부부처 자료요청 권한을 이용해서 다른 기자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단독성 기획기사를 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국정감사 자료를 근거로한 뉴스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는데, 해당 기사원을 제공한 국회의원의 정식 텔레비젼 인터뷰를 해 준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로써는 TV 뉴스에 그럴싸하게 등장해, 지역구 의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할 수 있고, 영향력도 더 넓힐 수 있게 되는 소중한 기회다. 특히 초선이나 재선 의원 가운데, 같은 지역구에 막강한 경쟁자가 있는 경우엔 국정감사 때 더 애가 탄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국정감사 뉴스에 등장하는 의원님들의 자막 처리에서 소속 정당을 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움직임이 제기됐다. 기사꺼리를 가져오는 기자야,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관을 안하지만, 이를 이용해 기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데스크나 보도국장 등 고위 관계자들이 특정 정당의 자료를 기사화하는데 반감이 있거나 부담감을 갖는 경우가 있다. 때에 따라선 어느 특정 정당이 반복적으로 해당 방송사의 국감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불편한 경우도 생기는데, 상대 정당에서 강하게 컴플레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어느 당 몇개씩, 기준을 정할 수도 없는 현실이고 따라서 아예 소속정당 대신, 해당 의원의 상임위원회를 집어 넣는 대안이 나온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국회의원이 국정감사를 하는 건 특정 정당에 소속된 당론에 따른 업무라기보다는 해당 상임위에 소속돼 진행하는 고유 사무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따라서 국회의원 인터뷰에 있어서 소속정당의 표기는 지상파 방송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소속 상임위를 표기하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

[AoN] 눈살 찌푸리는? 해수욕장 뉴스

지상파 방송사로 전직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기자가 해수욕장에 출장을 다녀왔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뉴스 영상을 거의 비키니로 도배를 해 놨다. 아마 다른 몇몇 방송사에서 비슷한 식의 보도를 한 걸 보고 '아 저정도쯤 나가도 되겠구나' 생각했나보다. 처음부터 다시 편집하라고 했다.

[AoN] 공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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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회부 사건팀에 있을 때 전문가 인터뷰를 찾느라 애쓰던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누구라고 말씀드리기 참 뭣한 대학 교수님이 계셨다. "여보세요? MBC 현영준 기자라고 합니다. 이러이러한 분야에 대해서 취재중인데, 교수님께서 인터뷰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으신지요?" 이 교수가 아니면 마땅한 전문가를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 섭외 실패하지 않으려고 정중하게 예를 갖춰 부탁을 했는데, 대뜸... "나는 인터뷰 사례비를 꼭 받아야 합니다. 인터뷰비 안 주면 안해요." 처음엔 정말 농담인줄 알고, 하하하 웃었는데, 그 교수는 농담을 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미국에서도 교수 했는데, 그곳 기자들은 방송 인터뷰 하면 꼭 비용을 지불합니다. 왜 우리나라 기자들은 공짜로 하려고 하지요?" 나무라듯, 강경한 말투였는데,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하기도 했고 실없는데 시간을 끌기 싫어서 더이상 대화를 주고받지 않고 다른 사람을 찾기로 했다. 그 뒤로도 가끔 그 교수가 생각난다. 뉴스에 출연하는 전문가, 교수, 시민단체 관계자... 이들이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논란에 대해 자신의 지식 또는 견해을 방송 뉴스에서 밝히는 것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을 한다? 혹은 보상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방송 기자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인데, 우리나라 방송 중에서 특히 TV 뉴스는 인터뷰이에게 금전적으로 매우 인색한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사실, 해당 전문가가 방송 뉴스 출연을 통해 그 분야에 대한 안팎의 '권위'를 간접적으로 인정받는 등 무형의 '보상'이 있다는 암묵적인 판단이 기자들에게 있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TV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싶어도 모두가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인터뷰이로 '선택'된 전문가는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본인의 주장이나 견해를 전할 수 있는 등 인터

[AoN] 카메라기자 뺨치는 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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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회부 사건 담당 기자로 처음 취재를 시작했을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관공서가 제공하는 영상자료는 소방서의 화재 진화 영상이 거의 유일했다. 사회부 철야 근무를 하다 보면, 서울이나 수도권 일대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제보를 받거나 소방본부 전화 취재를 통해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현장에 도착해 보면 이미 화재가 다 진압돼 있었다. 현장 화재 발생 화면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소방관 미디어 담당자들이 직접 촬영한 화재 영상은 방송에 중요하게 활용됐고, 화면 자막에는 "자료제공 : 00소방서"라는 문구가 포함돼 영상 자료를 제공해 준 소방서를 분명히 밝혔다. 소방서 입장에선 화재 뉴스가 많이 나가면 나갈수록 시청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불조심을 할 수 있으니, 화재 진압 못지 않게 화재 예방이 중요한 소방관들로선 KBS와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사에 화재 영상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특히 뒤늦게 도착한 취재진이 화재 영상을 제대로 찍지 못할 경우 아무리 중대한 화재사고라고 하더라도 관련 영상이 없어 메인 종합뉴스에서 기사가 소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소방관들이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해 놓는 것은 현명한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수년간 소방영상이 방송 뉴스에 방영되면서 정부 관공서에 미미한 변화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경찰이 압수수색이나 현장 조사 당시 화면을 캠코더로 촬영한다거나 식품의약품안전청 직원이나 지자체 단속반원들이 직접 불법 현장을 촬영해 동영상 자료를 제공하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AoN] 외국인 범죄자의 인격권과 이니셜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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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의자 R이병이 맞을까? 아니면 로빈슨 이병이 맞을까? 잊을만하면 주한미군 병사들의 범죄가 붉거진다. 거기에다 무자격 영어강사, 외국인 노동자, 중국동포 등 근래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유입되면서 주한 외국인의 이름이 뉴스의 사건사고 기사에 용의자 또는 피의자로 자주 등장하게 됐다. 매번 이들 사건을 기사화할때마다 약간씩 기사 작성의 곤란함을 느끼곤 하는데, 다름 아닌 '이름' 때문이다. 예를들어 내국인 피의자의 경우 '변학도'라 한다면, 기사에 혐의를 묘사하면서 나이와 성만 표기한다. 지난밤 45살 변모씨가 18살 성모양을 성추행하다가 지나가던 시민 21살 이몽룡씨에게 들켜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의자인 변학도, 피해자인 성춘향은  성씨만 기사에 표기하고 나머지 이름은 대체로 밝히지 않는 것이 피의자나 피해자에 대해 방송사가 지켜온 인격권 존중의 방식이다. (여기서 이몽룡씨는 아마도 본인의 이름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는 걸 원할 수도 있다. 의로운 일을 한 셈이니까. 물론 설정이지만) 그런데 외국인 피의자의 경우에는 이 단순한 셈법을 적용하기에 다소 애매모호해 진다. 지난 2011년 9월 17일, 주한미군 21살 '마이클 로빈슨'(물론 가명이다)이라는 이병이 서울 마포의 한 고시원에 들어가 여고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은 일이 있었다. 일간지 몇군데에선 주한미군의 범죄가 괘씸하게 여겨졌는지, 마이클 로빈슨이라는 피의자의 실명을 그대로 명시했다. 반면 파급력이 큰만큼 기사 표현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지상파 방송사에선 R모 이병이라고 에둘러 표기했다. 언뜻, 변학도를 변모씨로 표기하니, 마이클 로빈슨을 R이병이라고 표기하는 게 형평성에 맞는 듯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내국인 피의자인 변학도에서 성씨인 변을 밝혀 기사를 썼다면, 외국인 피의자인 마이클 로빈슨에서도 Family 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