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N] 현장음도 뉴스다? 아니다?


서슬퍼렇던 이명방 정부시절, 그러니까 2008년 12월 31일 밤에 '현장음'을 둘러싼
방송사의 취사선택 기준을 놓고 흥미로운, 그러나 묵과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서울 보신각에서 재야의 종 타종행사를 생중계했던 KBS가
타종행사장 주변에서 열린 촛불집회 현장 화면과 시위대의 외침 소리를
'기계적 조작'에 의해 삭제하고 방송한 것이다.

그때 보신각에는 타종행사에 참여하려던 정부와 서울시 관계자 등 이른바 '정권측' 인사들이
한무리 모여 있었고,
그 주변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던 촛불시위대가 운집해 있었다.

당연히 주변에서 외치는 시위대의 몸짓과 함성이 방송 카메라와 오디오에 잡혔을 것이지만
KBS 1 TV의 생방송 "가는해 오는해 새 희망이 밝아온다" 제작진은 이를 묵음처리했다.
(아마도 오디오 채널 여러개 중 현장음을 담는 채널을 꺼버린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은 KBS가 '왜곡방송'을 내보냈다며 항의했다.

이례적으로 당시 MBC 뉴스데스크 앵커였던 신경민 현 의원이
"이번 보신각 제야의 종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습니다. 각종 구호에 1만여 경찰이 막아섰고요.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습니다"라고 클로징 멘트를 날리면서
 KBS를 비난하기까지했다.

문제가 커지면서 방송을 맡았던 PD는 한 매체에 이렇게 변명을 했다.

 “당시 현장은 미리 설치된 마이크가 있는 지역에서 시위대의 징, 꽹과리, 사물놀이 소리 등 잡다한 소음이 너무 커 보신각 현장의 음향을 방송하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때문에 효과음과 시위대 현장음을 믹싱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논란 끝에 언론 모니터링 시민단체가 KBS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요청했고, 방통심의위는 이런 결론을 냈다.

"동 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이 고의적으로방송을 왜곡.과장할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되나 비록 쇼.오락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동 프로그램처럼 시사성이 포함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향후 제작시 사실성과 객관성 등에 있어서
보다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권고'조치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지상파방송심의팀

공영방송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KBS의 국가 차원 생방송이 왜곡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방심위가 솜방망이 심의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지만,
한마디로, 시사성이 포함된 교양프로그램에선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 쯤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다.

그런데, 현장음이라고 해서 모두 지우면 안되는가?에 대한 얘기는 좀 달라진다.

다음은 2010년 1월 21일 노컷뉴스에 나온 기사다.

MBC 뉴스데스크 'XX놈아!' 현장음 방송, "욕도 왜곡 안 된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조은별 기자]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자체 검열이 심화되고 있는 MBC가 자사 뉴스 프로그램에 욕설을 고스란히 방송하는 대조된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20일 방송된 ‘뉴스데스크’의 ‘PD수첩 제작진 무죄, 무리한 기소 논란’ 리포트 말미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찾은 일부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XX놈아, XX새끼야”라고 욕설을 한 것이 여과없이 전파를 탔다. 이는 이 날 ‘PD수첩’에 무죄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비난하는 고함소리였다.

이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온라인 단문메시지 트위터 등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돌+I’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뉴스에서는 욕설이 그대로 전달됐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현장감 있는 보도를 중시하는 뉴스 프로그램의 속성을 인지 못한 시각에서 오는 오해다. MBC 보도국의 한 관계자는 “뉴스는 현장음을 왜곡하면 안 된다”라며 “보도프로그램에서 현장음을 임의로 지우면 그것 자체가 왜곡이다. 지난 2008년 보신각 타종행사에서 현장음을 제거하고 박수 음향을 합성한 KBS의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라고 설명했다.
(이하생략)

기사는 마치 욕설도 중요한 팩트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MBC 보도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가족들이 모여 함께 TV를 시청하는 저녁시간대에 지상파 종합 뉴스에서
적나라한 욕설이 등장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방송윤리규정이나 심의기준에서도 시청자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용어나 장면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방송심의에관한규정 제 8조에선 "지상파 방송은 가족시청시간대에 가족구성원 모두의
정서와 윤리수준에 적합한 내용을 방송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기준은 다음 규정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방송심의에관한규정>
27(품위 유지) 방송은 품위를 유지하여야 하며, 시청자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 방송은 저속한 표현 등으로 시청자에게 혐오감을 주어서는 아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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