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N] 양복 벗은 현 기자!




 
 
 
사실 방송 취재기자들에게 '복장'은 참 어려운 숙제다. 그나마 출입처를 다니는 스트레이트
취재기자들은 간단히 양복을 차려입으면 그만이다.
 
 
가끔 양복 넥타이가 비뚤어진다거나 단추를 못 채운채 스탠드업을 하는 경우도 있어 눈쌀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데일리 스트레이트 뉴스를 맡고 있을 땐 무슨 옷을 입어야 할 지 걱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뉴스가 매일 정부부처발 보도자료로 채워지지는 않는다. 현장 고발이나 등산, 해양 관련 뉴스도 적잖이 다뤄야 하는 게 실정.
 
 
바닷가에서 어촌 이야기를 다루다가 난데없이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기자가 나온다면
그 얼마나 비현실적이면서도 생뚱맞은 초식인가.
 
 
혹은 산속에서 등산관련 뉴스를 전하는데 스타일리쉬한 캐주얼을 입고 나타난다고 해도
역시 눈밖에 나는 그림이긴 마찬가지다.
 
 
전체 기사의 흐름, 혹은 촬영된 영상의 연속성을 해치지 않는 복장이 그래서 필요하다.
 
 
근데, 참 다행스럽게도 '등산복'이 있다.
 
 
필자는 취재를 위해 비안도, 욕지도, 마라도 등 우리나라 섬 여기 저기 제법 다녀본 경험이
있는데, 정말 신기한 건 우리 국민들은 섬에 갈때도 '등산복'을 애용한다.
 
산이 아니라 '섬'인데도...말이다.
 
그래서 눈 질끈 감고, 방송 취재기자들도 아웃도어 아이템을 취재할 땐 무조건 등산복을
차려입고 간다.
 
막상 편집할 때도 그리 튀지 않고 적당히 현장 그림과 어우러진다.
 
필자가 언젠가 한라산 백록담 정상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는데,
우리 나라 등산객은 100이면 100 전부 등산복 차림이었던 반면
무슨 일인지 한라산 백록담을 찾은 한 서양인은 청바지에 점퍼...그리고 운동화 차림이었다.
 
사실 한라산 정도면 그 차림으로도 정복(?)이 가능하지....
고어텍스나 어마어마한 값을 치르고 산 등산복을 입지 않더라도...
 
이쯤에서 CNN이나 BBC 같은 다른 나라 방송을 한번 쓱 훑어보자면...
양복 넥타이를 차려맨 경우보다는 적당히 점잖은 셔츠나 자켓 정도 걸치고
자신의 개성을 한 껏 살려 뉴스를 리포팅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뉴스에도 양복 일색의 방송기자보다는 화려하든 수수하든 자신만의 패션으로
시청자 앞에 나서는 방송기자가 늘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들기도 한다...
 
다만....
필자가 신참일때 한 고참선배 왈,
"패션 감각에 자신없으면 양복 입어라. 양복 말고 다른 옷 코디했다가 자칫 촌놈으로 찍힐 수도 있다..."
 
캬...그 말이 걸려서...아직도 양복이 아니면 왠지 모르게 카메라 앞에서 주눅드는 현기자...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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