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N] 위험천만! 헬기 취재


2013년 2월, 설 귀경길 스케치를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귀항하던 YTN 취재헬기가
부천의 한 학교 운동장에 불시착했다



2013년 2월초, 설 귀경길 항공촬영을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던
YTN의 취재 헬기가 추락했다.
3백미터 상공에서 엔진정지현상이 갑자기 발생했다는데,
착륙과정에서 헬기 꼬리(Tail Boom)가 파손됐다.

YTN 헬기는 경기도 부천시 모 초등학교 운동장에 불시착했는데,
다행히 탑승자들은 크게 다치진 않았다.

이 사고가 터진 직후 SBS 기자협회가 헬기 촬영과 관련해 발끈하고 나섰는데,
핵심 내용인 즉 이렇다.

(2013년 2월20일 기자횝회보 기사 중 발췌)
 
이번 사건을 계기로 SBS기자협회는 회사 측에 헬기 운영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SBS지회는 현재 임대해 쓰고 있는 헬기를 업그레이드하고,

헬기 문을 열지 않고도 촬영과 작업이 가능하도록 관련된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고
요구한 상태다.
SBS는 주 헬기가 점검 기간일 경우 보조 헬기를 사용하고 있다.
SBS기협은 보조헬기도 주 헬기 급의 성능과 안전성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위험하게 헬기 문을 열지 않고도 기내에서 촬영과 작업이 가능한
‘무진동 자이로 카메라’ 구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하 생략)

눈이 휘둥그레지는 대목은...
「헬기 문을 열지 않고도 촬영과 작업이 가능하도록...」이 부분인데,
시청자들께선 아마 상상도 못하셨을 것이다.
아니, 하늘에서 헬기 촬영을 할 때 헬기 문을 열고 카메라 맨이 지상을 촬영한다는 말인가?
맞다.

물론 KBS와 MBC는 자사 소유의 헬기를 보유하고 있어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다만, 필자가 사회부 기자 초년병 시절때
갑자기 MBC 헬기가 정기점검에 들어갔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마 휴일날 가을 스케치를 위해 헬기 취재를 나선 참이었을 것이다.

그때 입사동기인 권혁용 카메라 기자와 둘이서 사설 항공사의 일반 헬기를 임대해
촬영을 시작했다.
헉! 헬기가 갑자기 공중에서 문을 열더니,
카메라기자가 일반 ENG 카메라를 어께에 매고 아래를 찍기 시작했다.
촬영 각도가 안 나올 때는 카메라 기자가 "기장님, 헬기 좀 기울여주세요!" 한다.
맙소사! 헬기가 옆으로 눕는다...
나는 그저 뒤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나중에 권혁용 기자에게 물어봤다. 아니, 무섭지 않았냐고.
돌아온 대답은 "포항MBC에 있을 때 맨날 하던거라 괜찮아..."

방송사의 취재헬기를 조종하는 기장이나 부기장은, 안전한 운행이 목적이 아닌,
 좋은 항공 그림을 잡는 데 있다.
그래서 때로는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화재 현장에 가까이 근접 촬영하거나 산악지역을 저공 비행하기도 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기장의 성향에 따라 취재헬기의 열정(!)에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군 전투 헬기를 조정했던 경력이 있는 기장님은 상당히 스릴있게 헬기를 운용한다.
때로는 취재기자보다 더 그림 욕심을 내시는 경우도 있다.
거의 헬기가 누워서 날아간다고 보면 된다.

반면, 군에서 수송헬기를 맡았던 기장님은 훨씬 소심하시다.
취재기자가 "좀 더 내려가 주세요!" 요청하면 "위험해!"라며 단칼에 끊어버리신다.
아쉬움이 남지만 기장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살길이기에 다그치지 않는다.

헬기 취재는 이렇듯 항상 위험이 도사린다.
그래서 헬기 취재에 투입된 취재 기자, 카메라 기자, 기장과 부기장에겐
위험수당이 지급된다.
필자가 한참 헬기 취재를 다니던 2000년대 초반에 헬기 관련 위험 수당은 3만원이었다.(쩝)

여하튼 방송사의 헬기 사고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종종 벌어진다.

지난 1984년엔 KBS 헬기가 충주호 수몰지구 취재 중 저공비행을 하다가
주변 전선에 걸려 추락했다.
이 사고로 무려 5명이 순직했고,
1993년엔 KBS 연예가 중계팀이 헬기를 타고 한강 시민공원에서 선회하다 추락해
6명이 목숨을 잃었다.

KBS는 이후, 항공촬영 장비를 크게 개선했다.
헬기 문을 열지 않고도 기내에서 리모콘 촬영이 가능한 무진동 자이로 카메라를 구입했고,
1년에 2주일씩은 운행을 중단한 채 장비 점검에 최선을 다한다.

외국, 특히 범죄자들의 베짱이 상당한 경지에 올라가 있는 미국에선
방송사 헬기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
헬기로 경찰의 추격장면을 자주 생중계하는 미국 방송계에서는
우리로선 생각도 못할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애리조나주서 TV 뉴스 헬기 두대 충돌, 최소한 3명 사망 (2007-07-27)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27일 경찰 추격을 보도하던 TV 뉴스 헬리콥터 두대가 충돌해 최소한 3명이 사망했다.
피닉스의 채널 15인 KNXV-TV 는 사고 헬기 가운데 한대가 자사 소속으로 최소한 조종사 한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밝혔고 나머지 헬기는 채널 3 KTVK TV 소속으로 사고 이후 뉴스 진행자가 시청자들에게 헬기 조종사와 사진 기자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피닉스 소방국은 2대의 사고 헬기에 5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확인했는데 현재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사고 헬기들은 경찰이 트럭을 추격하는 현장을 생방송 하고 있었으며 사고 당시 두대의 헬기가 모두 카메라를 지상에 맞추고 있어서 충돌 사고 장면이 생방송되지는 않았다.

한편 사고 직전 경찰의 추격을 받고 있던 트럭 운전사는 트럭에서 뛰어내린 뒤 다른 트럭을 강탈했으며 이 지역에는 사고 헬기 외에도 다른 방송사들의 헬기도 추격 현장을 보도하고 있었다.
목격자들은 헬기 한대가 다른 헬기와 충돌하면서 두대 모두 중심을 잃고 회전하며 추락했다고 전했으며 큰 굉음과 함께 지상에 추락해 대형 폭발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AoN] 인터뷰 자막 처리의 기준

[AoN] 눈동자가 사라졌어요? 블루스크린과 그린스크린의 비밀

[AoN] picture in picture(PIP)/일명 구멍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