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N] 방송 뉴스만의 경쟁력 '헬기'



KBS 취재 헬기가 눈덮인 산악지역을 항공촬영하고 있다. TV 뉴스에서 헬기 취재의
의미랄까...평소 못보던 화면을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넓고 시원한 샷으로 가슴을 뻥 뚫어주기도 하고,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인생만사의 소소함을 깨닫게 해주기도 하고..



미국의 방송 뉴스를 상당히 많이 참고하고 있는 우리 나라 방송사들은
각 사마다 헬기 한대씩 보유하고 있다.
큼지막하게 MBC, KBS... 이렇게 로고까지 색칠한 미국 벨사의 UH-1H기종이다.

방송헬기는 조종사와 부조종사, 그리고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 이렇게 넷이
탑승하는데, 평소 ENG 카메라를 어깨에 올려놓고 촬영하던 카메라 기자는
헬기에서만큼은 '헬리캠'이라는 특수장비를 통해 영상을 찍는다.

헬리캠은 헬기 하단부에 장착돼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헬기 좌석 앞에 마련된
모니터를 보면서 리모콘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카메라 기자라고 해서 다 헬리캠을 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몇몇 특수 교육을 받은 카메라 기자만이 헬리캠을 다룰 수 있다.

특히 미국 처럼 영토가 광활하고 총기 사건, 강도, 납치, 연쇄살인,  인질 추격 등등
살벌한 사건 현장이 많은 나라에선 방송사에 헬기가 긴요할 수 밖에 없다.

참고로 워싱턴 포스트에 보도된 미국 Fox사의 헬기 취재 관련 기사를 읽어보자.

美 Fox뉴스 용의자 자살 장면 생중 계 논란
 
Posted by ingppoo
 
미국 폭스(Fox) 뉴스 생방송 도중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이 전파를 탔습니다. 지난 금요일 오후 애리조나의 한 고속 도로에서 훔친 차를 타고 경찰차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던 한 남 자는 차를 버리고 도망치다가 머리에 총을 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문제는 헬기를 띄워 추격전을 생중계로 내보내던 폭 스 뉴스가 총을 쏘는 장면까지 여과없이 방송했다는 데 있습니 다. 용의자가 쓰러진 뒤에야 황급히 광고를 내보낸 폭스 뉴스는 뒤늦게 장문의 사과방송을 내보냈지만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습 니다. 보통 방송국들이 이런 범죄장면을 생중계할 때는 잔인한 장면을 걸러내기 위해 5초 정도 시차를 둡니다. Fox는 스태프의 실수로 시차를 두었음에도 문제의 장면을 걸러내지 못했다고 해 명했습니다. 이번 일은 시청률을 의식해 선정적인 화면만 좇던 뉴스업계 전반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 다. (Washington Post)



상업방송과 공영방송, 뉴스전문채널 등 경쟁적인 보도 시스템을 갖고 있는 미국에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헬기 촬영이 극성이라는 정도의 내용이다.

그런데 사실 한국에선 헬기 촬영할만큼 강력사건이 많지는 않은데...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방송 헬기 취재 영역은 '날씨' 쪽에 경도돼 있다.

봄이 오면 상춘행렬이 이어진다고 스케치,
눈이 많이 오면 폭설 스케치,
가을이 깊어가면 정취 스케치...

사건 기자 초년병 시절 땐 이런 스케치 기사 쓰는 묘미가 있었다.
거의 매일 험악한 사건 사고 기사만 다루다가
어느 날 헬기 스케치 지시를 받으면 마음이 풍요로워 진다.
한편의 시를 쓴다는 생각으로 절제된 단어를 고르고, 나름 세련된 메타포를 구상하고...

항상 클로징 기사를 어떻게 정리할까...흔들리는 헬기 속에서 고민하곤 했다.
물론 그러다 졸기 일쑤지만.

그렇다고 헬기가 사건사고에 투입되는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헬기가 제 역할을 하는 때도 있다.
아주 드물지만. 필자가 <뉴스후>라는 1시간짜리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있을때,
연쇄 살인범 강호순의 살인 행각을 앞서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범인인 강호순도 잡히지 않았을 때고,
경기 서남부에서 벌어진 6건의 살인 사건이 동일범 소행인지 아닌지
경찰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을 때.
필자는 경기 서남부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의 최종 위치를
마치 FBI처럼 지도에 표시해 놓고 헬기에 올라탔다.

헬기는 42번 국도, 이른바 수인 산업도로라고 불리는 길을 따라
연쇄 실종 사건이 벌어진 마지막 장소를 하나씩 하나씩 스케치해 갔다.
땅에서 아무리 고민해 봐도 연쇄 범행의 단서를 찾을 수 없었던 사건들이었지만
하늘에서 보니, 국도변의 인적이 드문 버스정류장에서 벌어졌다는
힌트를 얻어낼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인데, 이때 제작됐던 <군포 여대생 실종 사건의 비밀>이란
1시간짜리 내 프로그램은 경찰 내부망에
수사 참고자료로 게시돼 활용됐다고 한다.

2013년 초,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때 한 매체는 삼성 화성 공장 상공에
헬기까지 출동해 불산 누출 사고 조사가 이뤄졌다고 했는데,
사실 이때 공장 상공을 선회한 건 MBC의 취재헬기였다.

기상 관련 기사나 사건 사고 등에 있어서 헬기 취재가 갖는 의의는
'새로운 화면'에 있다.

평소 시청자들은 지상에서 촬영한 화면에 익숙해져 있는데,
항공촬영은 시청자들이 자주 접해 볼 수 없는 새로운 화각과 볼거리를 준다.

광활한 와이드 부감샷에서 빠르게 넘어가는 비행샷 등은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청자의 가슴을 시원하게 뻥 뚤어줄 수 있다.

그래서 헬기 스케치의 불문율이 몇가지 있다.
성능 좋은 헬리캠으로 수백미터 상공에서 지상의 사물을 줌인해서 촬영할 수 있더라도
 되도록이면 와이드한 샷을 써야 한다는 것.

헬기 촬영을 어렵게 해 놓고 지상의 ENG와 차별화되지 못하는 샷을 쓰는 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또 시청자들에게 '항공 촬영 화면'이라는 점을 수시로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헬기의 비행 소음을 중간중간에 BGM으로 섞어 넣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가능한 경우 지상의 산야에 비친 취재헬기의 그림자를 편집에 활용하는 것이다.
헬기에 장착된 카메라가 헬기 스스로를 촬영할 수 없으니,
태양이 만들어준 헬기 그림자로 '아 헬기 영상이구나'를 깨달을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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