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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N] 우리와는 판이한 CNN의 초상권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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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4일, 미국 몬타나주의 한 여성이 결혼한지 불과 일주일 남짓 만에 남편을 절벽에서 밀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CNN에서 방송됐다. 6월말쯤 결혼한 Jordan Linn Graham 이라는 여성은 남편 Cody Johnson과 7월 8일 Glacier National Park에서 하이킹을 즐기고 있다가 말다툼중 화가나서 두손으로 남편의 등을 밀어 절벽으로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바로 위에 보이는 두 부부의 사건이다. 사건이야 별로 놀랍지 않다. 다만 우리 뉴스와 뚜렷하게 다른 점은 피의자와 피해자가 TV 뉴스를 통해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방송됐다는 점이다. 어디서 구했는지, 두 부부가 결혼식때 다정한 포즈로 함께 춤을 추고 있는 동영상도 모자이크나 블러 처리 없이 뉴스에 방송됐다. 그녀를 기소한 검사나 그녀의 변호사를 통해서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 관련 서류에도 이름이 여과없이 모두 밝혀져 있고, 심지어  기소내용까지 상세하게 보도됐다. 우리나라였다면 초상권 침해, 개인정보유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졌을 방송보도였다. 그러나 CNN을 비롯한 미국의 방송 뉴스에선 이 사건 보도가 예외적인 게 아니다. 대부분의 사건사고, 즉 살인이나 사기, 강도, 인신매매, 불법 유흥업소 등 사회부성 기사 모두 이와같이 피의자의 초상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CNN의 뉴스를 보고 심난해 하고 있는데 심지어 피의자, 피해자의 친구들도 얼굴을 다 드러낸 채 방송에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영철, 강호순, 김길태와 같은 흉악범죄의 경우에도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방송할 수 있다. 결코 미국보다 인권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는 우리나라가 유독 범죄자들의 인권에 대해 과도한 보호를 하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이는 법원의 판결 탓이 크다. 힘겹게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얻어낸 미국 국민들 사이에선 뉴스나 보도프로그램이 광범위

[AoN] 셧다운? 디폴트? 양적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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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사상초유, 미국의 셧다운 때문에 온 세계가 시끄럽다. 셧다운? 우리말로 번역하자만 '정부폐쇄' 나 '업무정지'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용어다. 함께 등장하는 '디폴트'는 '채무불이행' 정도로 번역돼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고. 그런데 우리 방송뉴스에선 "셧다운이 장기화돼 디폴트 우려가 나온다"는 식으로 조상님들로썬 전혀 이해되지 않는 단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렇게 외래어도 아닌 외국어를 자국 지상파 방송 뉴스에서 마구잡이로 노출시키는 데 대한 변명이랄까? 해당 용어들의 비언어적 의미까지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순 있겠지만, 언어 순화의 중요한 임무를 갖는 공영방송사로선 적절한 접근방식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아마 2007년 정도였을텐데, 역시 미국의 부동산 대란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이런 현상을 일으킨 주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당시 KBS가 '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라고 번역해서 뉴스에 사용한 적이 몇번 있는데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이라는 생소한 외국어를 일단 우리나라 용어로 바꾼 것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도 조금 있었으나, 되레 '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라는 말을 듣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반문에 직면했다. 어렵고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애써 용어 순화를 했던 KBS의 입장에선  좌절이 아닐수 없는데, 이런 상황은 또다른 용어 순화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됐다. 2012년부터 미국발 외신 뉴스에 등장했던 '재정절벽'이나 '양적완화'라는 표현인데, Fiscal cliff라는 단어를 번역한 게 '재정절벽'이고, 쩝... quantitative easing의 번역이 '양적완화'다. 뭐, 일견 큰 고민없이 그냥 읽히는대로 번역한 탓도 있겠지만 경제학을 전공한 필자로서

[AoN] 국정감사, 방송과 정치인의 미묘한 뒷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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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이면 어김없이 국정감사의 시절이 온다. 이때가 되면 방송기자들과 보좌관들이 마치 암거래상처럼 은밀히 만나는 일이 잦아진다. 국회 의원회관이나 주변 식당에선 서로 자료 파일을 주고 받는 방송기자와 보좌관들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방송기자는 국회의원만이 갖는 정부부처 자료요청 권한을 이용해서 다른 기자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단독성 기획기사를 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국정감사 자료를 근거로한 뉴스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는데, 해당 기사원을 제공한 국회의원의 정식 텔레비젼 인터뷰를 해 준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로써는 TV 뉴스에 그럴싸하게 등장해, 지역구 의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할 수 있고, 영향력도 더 넓힐 수 있게 되는 소중한 기회다. 특히 초선이나 재선 의원 가운데, 같은 지역구에 막강한 경쟁자가 있는 경우엔 국정감사 때 더 애가 탄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국정감사 뉴스에 등장하는 의원님들의 자막 처리에서 소속 정당을 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움직임이 제기됐다. 기사꺼리를 가져오는 기자야,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관을 안하지만, 이를 이용해 기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데스크나 보도국장 등 고위 관계자들이 특정 정당의 자료를 기사화하는데 반감이 있거나 부담감을 갖는 경우가 있다. 때에 따라선 어느 특정 정당이 반복적으로 해당 방송사의 국감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불편한 경우도 생기는데, 상대 정당에서 강하게 컴플레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어느 당 몇개씩, 기준을 정할 수도 없는 현실이고 따라서 아예 소속정당 대신, 해당 의원의 상임위원회를 집어 넣는 대안이 나온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국회의원이 국정감사를 하는 건 특정 정당에 소속된 당론에 따른 업무라기보다는 해당 상임위에 소속돼 진행하는 고유 사무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따라서 국회의원 인터뷰에 있어서 소속정당의 표기는 지상파 방송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소속 상임위를 표기하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

[AoN] 눈살 찌푸리는? 해수욕장 뉴스

지상파 방송사로 전직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기자가 해수욕장에 출장을 다녀왔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뉴스 영상을 거의 비키니로 도배를 해 놨다. 아마 다른 몇몇 방송사에서 비슷한 식의 보도를 한 걸 보고 '아 저정도쯤 나가도 되겠구나' 생각했나보다. 처음부터 다시 편집하라고 했다.

[AoN] 공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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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회부 사건팀에 있을 때 전문가 인터뷰를 찾느라 애쓰던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누구라고 말씀드리기 참 뭣한 대학 교수님이 계셨다. "여보세요? MBC 현영준 기자라고 합니다. 이러이러한 분야에 대해서 취재중인데, 교수님께서 인터뷰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으신지요?" 이 교수가 아니면 마땅한 전문가를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 섭외 실패하지 않으려고 정중하게 예를 갖춰 부탁을 했는데, 대뜸... "나는 인터뷰 사례비를 꼭 받아야 합니다. 인터뷰비 안 주면 안해요." 처음엔 정말 농담인줄 알고, 하하하 웃었는데, 그 교수는 농담을 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미국에서도 교수 했는데, 그곳 기자들은 방송 인터뷰 하면 꼭 비용을 지불합니다. 왜 우리나라 기자들은 공짜로 하려고 하지요?" 나무라듯, 강경한 말투였는데,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하기도 했고 실없는데 시간을 끌기 싫어서 더이상 대화를 주고받지 않고 다른 사람을 찾기로 했다. 그 뒤로도 가끔 그 교수가 생각난다. 뉴스에 출연하는 전문가, 교수, 시민단체 관계자... 이들이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논란에 대해 자신의 지식 또는 견해을 방송 뉴스에서 밝히는 것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을 한다? 혹은 보상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방송 기자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인데, 우리나라 방송 중에서 특히 TV 뉴스는 인터뷰이에게 금전적으로 매우 인색한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사실, 해당 전문가가 방송 뉴스 출연을 통해 그 분야에 대한 안팎의 '권위'를 간접적으로 인정받는 등 무형의 '보상'이 있다는 암묵적인 판단이 기자들에게 있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TV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싶어도 모두가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인터뷰이로 '선택'된 전문가는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본인의 주장이나 견해를 전할 수 있는 등 인터

[AoN] 카메라기자 뺨치는 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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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회부 사건 담당 기자로 처음 취재를 시작했을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관공서가 제공하는 영상자료는 소방서의 화재 진화 영상이 거의 유일했다. 사회부 철야 근무를 하다 보면, 서울이나 수도권 일대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제보를 받거나 소방본부 전화 취재를 통해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현장에 도착해 보면 이미 화재가 다 진압돼 있었다. 현장 화재 발생 화면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소방관 미디어 담당자들이 직접 촬영한 화재 영상은 방송에 중요하게 활용됐고, 화면 자막에는 "자료제공 : 00소방서"라는 문구가 포함돼 영상 자료를 제공해 준 소방서를 분명히 밝혔다. 소방서 입장에선 화재 뉴스가 많이 나가면 나갈수록 시청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불조심을 할 수 있으니, 화재 진압 못지 않게 화재 예방이 중요한 소방관들로선 KBS와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사에 화재 영상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특히 뒤늦게 도착한 취재진이 화재 영상을 제대로 찍지 못할 경우 아무리 중대한 화재사고라고 하더라도 관련 영상이 없어 메인 종합뉴스에서 기사가 소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소방관들이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해 놓는 것은 현명한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수년간 소방영상이 방송 뉴스에 방영되면서 정부 관공서에 미미한 변화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경찰이 압수수색이나 현장 조사 당시 화면을 캠코더로 촬영한다거나 식품의약품안전청 직원이나 지자체 단속반원들이 직접 불법 현장을 촬영해 동영상 자료를 제공하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AoN] 외국인 범죄자의 인격권과 이니셜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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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의자 R이병이 맞을까? 아니면 로빈슨 이병이 맞을까? 잊을만하면 주한미군 병사들의 범죄가 붉거진다. 거기에다 무자격 영어강사, 외국인 노동자, 중국동포 등 근래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유입되면서 주한 외국인의 이름이 뉴스의 사건사고 기사에 용의자 또는 피의자로 자주 등장하게 됐다. 매번 이들 사건을 기사화할때마다 약간씩 기사 작성의 곤란함을 느끼곤 하는데, 다름 아닌 '이름' 때문이다. 예를들어 내국인 피의자의 경우 '변학도'라 한다면, 기사에 혐의를 묘사하면서 나이와 성만 표기한다. 지난밤 45살 변모씨가 18살 성모양을 성추행하다가 지나가던 시민 21살 이몽룡씨에게 들켜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의자인 변학도, 피해자인 성춘향은  성씨만 기사에 표기하고 나머지 이름은 대체로 밝히지 않는 것이 피의자나 피해자에 대해 방송사가 지켜온 인격권 존중의 방식이다. (여기서 이몽룡씨는 아마도 본인의 이름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는 걸 원할 수도 있다. 의로운 일을 한 셈이니까. 물론 설정이지만) 그런데 외국인 피의자의 경우에는 이 단순한 셈법을 적용하기에 다소 애매모호해 진다. 지난 2011년 9월 17일, 주한미군 21살 '마이클 로빈슨'(물론 가명이다)이라는 이병이 서울 마포의 한 고시원에 들어가 여고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은 일이 있었다. 일간지 몇군데에선 주한미군의 범죄가 괘씸하게 여겨졌는지, 마이클 로빈슨이라는 피의자의 실명을 그대로 명시했다. 반면 파급력이 큰만큼 기사 표현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지상파 방송사에선 R모 이병이라고 에둘러 표기했다. 언뜻, 변학도를 변모씨로 표기하니, 마이클 로빈슨을 R이병이라고 표기하는 게 형평성에 맞는 듯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내국인 피의자인 변학도에서 성씨인 변을 밝혀 기사를 썼다면, 외국인 피의자인 마이클 로빈슨에서도 Family Nam

"건물은 초상권이 없대요"

ㅇㅇㅇ

[AoN] 현장음도 뉴스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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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퍼렇던 이명방 정부시절, 그러니까 2008년 12월 31일 밤에 '현장음'을 둘러싼 방송사의 취사선택 기준을 놓고 흥미로운, 그러나 묵과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서울 보신각에서 재야의 종 타종행사를 생중계했던 KBS가 타종행사장 주변에서 열린 촛불집회 현장 화면과 시위대의 외침 소리를 '기계적 조작'에 의해 삭제하고 방송한 것이다. 그때 보신각에는 타종행사에 참여하려던 정부와 서울시 관계자 등 이른바 '정권측' 인사들이 한무리 모여 있었고, 그 주변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던 촛불시위대가 운집해 있었다. 당연히 주변에서 외치는 시위대의 몸짓과 함성이 방송 카메라와 오디오에 잡혔을 것이지만 KBS 1 TV의 생방송 "가는해 오는해 새 희망이 밝아온다" 제작진은 이를 묵음처리했다. (아마도 오디오 채널 여러개 중 현장음을 담는 채널을 꺼버린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은 KBS가 '왜곡방송'을 내보냈다며 항의했다. 이례적으로 당시 MBC 뉴스데스크 앵커였던 신경민 현 의원이 "이번 보신각 제야의 종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습니다. 각종 구호에 1만여 경찰이 막아섰고요.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습니다"라고 클로징 멘트를 날리면서  KBS를 비난하기까지했다. 문제가 커지면서 방송을 맡았던 PD는 한 매체에 이렇게 변명을 했다.  “당시 현장은 미리 설치된 마이크가 있는 지역에서 시위대의 징, 꽹과리, 사물놀이 소리 등 잡다한 소음이 너무 커 보신각 현장의 음향을 방송하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때문에 효과음과 시위대 현장음을 믹싱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논란 끝에 언론 모니터링 시민단체가 KBS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요청했고, 방통심의위는 이런 결론을 냈다. "동 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이 고의적으로방송을 왜곡.과장할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되나 비록 쇼.오락프로그램

[AoN] 중국 공안을 감쪽같이 속인 키홀더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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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5월 20일, 사망한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전격 중국을 방문했다. 김 전 위원장의 중국 방문 시기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던 상황이라, 당시 외교부 출입기자였던 필자가 급히 중국 현지에 투입됐다. 보통은 중국에 갈 때도 취재를 위한 비자를 받고 입국하지만, 통상 2~3일 씩 걸리는 비자 발급 기간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워낙 급하다보니, 비자도 받지 않은 채 '중국행' 대한항공에 올라탔는데, 다행히 '도착비자'라는 제도가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여행사를 통해 '도착비자'를 신청하니 우리돈 10여만원 정도 지불하자 베이징 공항에 현지 여행사 직원이 필자와 카메라기자, 오디오맨의 비자를 이미 만들어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여하튼, 무작정 도착한 베이징에서 우리 방송사는 숫적인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당시 최대규모의 취재인력을 급파한 일본의 후지TV 취재진들과 '얼라이'를 맺었다. 우리는 특파원까지 포함해 6명의 인력이었지만, 후지TV는 무려 26명을 동원했다. 그만큼 김정일 전 위원장의 방중 행보는 일본인들에게 빅 이슈였던 것. 후지는 여러 팀으로 나눠 김 전 위원장의 행보를 뒤쫓았다. 첩보전을 방불케했다. 김 전 위원장의 특별열차를 뒤따라가며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해 자기들끼리 정보를 공유했다. 김 전 위원장이 창춘역에서 내렸다는 정보가 입수되면 근처 호텔을 샅샅이 뒤져 숙소를 찾아냈다. 당시 그럴 엄두를 못냈던 우리 취재팀은 솔직히 좀 당황했다. 여하튼, 김 전 위원장이 가는 곳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던 후지TV 취재팀은 왠일인지 난징에서 헛다리를 짚는 바람에 새로운 화면을 한컷도 잡지 못했다. 이때! 며칠째 후지TV 취재진들의 도움만 받던 우리 방송사 취재팀이 절묘한 성과를 올렸다. 김 전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물론 난징역에서 임시 숙소였던 국빈관으로 이동하는 그의 마이바흐(Maybach) 행

[AoN] 첨단 무기 '드론'이 방송 뉴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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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프로펠러로 작동되는 무인헬기, 드론에 장착된 DSLR 카메라 2차대전이 끝난 뒤, 참전했던 낡은 전투기들이 더이상 임무수행을 못하게 되자, 폐품(?)의 재활용을 연구하던 군 전문가들은 '무인항법' 시스템을 적용해 공중전 혹은 지대공 미사일의 표적으로 삼았다. 여기서 개발된 정교한 무인항공기술이 '드론(drone)'을 탄생시켰는데, 원격탐지장치나 위성제어기술이 접목되면서 가공할 위력을 갖게 됐다. 소리없이, 레이더에 잡히지도 않은 채 작고 날쌘 드론이 적 후방에 침투해 첩보수집이나 근접공격에 활용됐다. 특히 조종사를 태우고 임무를 수행하기 곤란한 지역에선 드론이 제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 4월, 미국의 CIA가 드론을 이용해 파키스탄 반군 지도자 '네크 무하메트'를 암살한 사건이다.  미국은 아프간 탈레반이나 파키스탄 반군들을 제거할 때 종종 드론을 활용해 왔는데, 이로인한 논란도 커졌다. 아무래도 무인기다보니까 드론이 오폭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 조종사가 탑승해 표적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인전투기와 달리, 드론은 먼 거리의 기지에서 무선 모니터를 통해 원격으로 표적을 찾아 '발사단추'를 눌러야 하는 탓이다. 모니터만 보고 표적을 식별하는 과정에서 오판이 생길 여지가 있는 것.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인 '벤 에머슨'이 2005년이후 파키스탄에서 감행된 드론 폭격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최소 400명이 넘는 민간인이 드론 공격의 오폭으로 사망했다. 반군이 아닌데, 복장이 비슷했다는 이유로... 혹은 단지 총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목표물의 근처에서 놀고 있던 어린이들도... 모두 드론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 뭐든 군사용으로 개발된 것들이 성능이 좋다. 드론 역시 군사용으로 만들어졌지만 방송 뉴스 제작의 영역에서도 재능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뉴스촬영에

[AoN] 눈동자가 사라졌어요? 블루스크린과 그린스크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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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캐스터의 백화면은 화창한 공원이었다가 금새 대한민국 지도 CG로 바뀐다. 갑자기 순간이동을 한 걸까? 답은 블루스크린에 있다.  이는 두개의 영상을 합성하는 크로마키(Chroma Key)라는 기술을 통해 이뤄지는데, 한 영상에서 배경을 싹 제거하고 또다른 영상을 대신 채워넣는 기술이다. 실제 방송사 스튜디오에 가서 보면, 기상캐스터들은 '블루스크린'으로 불리는 새파란 배경 앞에서 프롬프터를 읽어가며 날씨 정보를 제공한다. 기상캐스터의 백화면이던 '블루'는 영상 합성 과정에서 데이터 값이 모두 삭제된다. (색상 blue는 코드값이 있는데, 예를들어 '0000ff'는 'blue'고 '0000cd'는 'midium blue'다) '블루스크린'이 크로마키 작업에 많이 활용되는 이유는 사람의 '살색'과 보색이기 때문. 사람의 몸 색깔에 영향을 주지않고 작업을 할 수 있어서인데, 단, 출연자가 블루 계통의 의상을 입지 않아야 한다. 자칫 푸른 넥타이나 푸른 색 계열의 모자를 쓰고 출연한다면, 나중에 블루코드를 제거할 때 넥타이나 모자가 마치 투명인간의 그것처럼 함께 사라져 버린다.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블루스크린을 이용해 크로마키 작업을 하지만 서양의 경우 그린스크린을 많이 사용한다. 그들의 눈 색깔 때문이다. 푸른 눈의 서양인이 블루스크린 앞에서 한참 촬영을 했다면 영상 합성 후 어떤일이? 눈동자가 사라지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깜짝 놀랄만한 상황이다. 흠... 하지만 우리의 경우 blackscreen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방송중에 눈동자가 사라지는 사고는 없을 것이다. 블루와 그린외에, 원색 등 강렬한 색감을 많이 쓰는 뮤직비디오 촬영현장에선 화이트스크린도 자주 등장한다. 일기예보 촬영에선 그야말로 푸른 천막 하나 달랑 놓고 촬영하지만 뮤직비디오나 영화촬영 현장에는 스크린

[AoN] 아이폰에 고개돌리는 방송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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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아이폰과 갤럭시S 사이에서 고민했던 많은 분들이 계셨다. 필자 또한 손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대부분의 유저들께선 디자인과 성능, 혹은 터치감 등등 두 스마트폰의 순수 기능성에 비교의 촛점이 맞춰졌겠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방송기자들은 유독 '사소한' 기능 한가지를 놓고 마음을 정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바로 녹음 기능이다. 스티브잡스의 명작 아이폰을 써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아이폰엔 녹음기능이 없었다. 별도의 앱을 다운받으면 된다는 얘기도 들렸지만, 때론 녹음에 취재의 사활이 걸리는 우리로선 불안한 대안일 뿐이었다. LG나 삼성 등 국내 제조사들은 기존에도 대부분 녹음기능을 갖춘 휴대전화를 생산해 왔다. 폴더폰이나 슬립, 터치폰 모두 수준높은 녹음기능이 있었기 때문에 취재상 상대방과의 녹음 혹은 녹취가 다반사인 방송기자들은 큰 불편없이 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애플처럼 외국의 제조사들에겐 녹음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를 만드는 게 때론 법을 어기는 일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상대방의 '허락없이' 통화 중 녹음하는 행위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캐나다의 Research In Motion사의 블랙베리폰도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기능이 없다. 설계때부터 아예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우리 제조업체들은 제약없이 통화 녹음 기능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왔는데, 국내 통신비밀보호법이 이를 제한하지 않고 있기 때문. 통화 녹음 뿐만아니라 일종의 voice recorder 기능까지 갖는 우리 나라 제조사의 스마트폰은 기자들에게 정말 유용한 취재도구가 아닐 수 없다. 스마트폰으로 취재원들과 통화하다보면 가끔...이거 녹음되고 있는거 아니냐며 따지는 눈치빠른 분들도 계시는데, 직업상 불가피하게 애용(?)하게 되는 면이 있어 괴로운 심정일 때도 많다. 대신, 상대방이 강력히 반발할 경우엔 절대 녹음된 통화내용을

[AoN] 위험천만! 헬기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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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설 귀경길 스케치를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귀항하던 YTN 취재헬기가 부천의 한 학교 운동장에 불시착했다 2013년 2월초, 설 귀경길 항공촬영을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던 YTN의 취재 헬기가 추락했다. 3백미터 상공에서 엔진정지현상이 갑자기 발생했다는데, 착륙과정에서 헬기 꼬리(Tail Boom)가 파손됐다. YTN 헬기는 경기도 부천시 모 초등학교 운동장에 불시착했는데, 다행히 탑승자들은 크게 다치진 않았다. 이 사고가 터진 직후 SBS 기자협회가 헬기 촬영과 관련해 발끈하고 나섰는데, 핵심 내용인 즉 이렇다. (2013년 2월20일 기자횝회보 기사 중 발췌)   이번 사건을 계기로 SBS기자협회는 회사 측에 헬기 운영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SBS지회는 현재 임대해 쓰고 있는 헬기를 업그레이드하고, 헬기 문을 열지 않고도 촬영과 작업이 가능하도록 관 련된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고 요구한 상태다. SBS는 주 헬기가 점검 기간일 경우 보조 헬기를 사용하고 있다. SBS기협은 보조헬기도 주 헬기 급의 성능과 안전 성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위험하게 헬기 문을 열지 않고도 기내에서 촬영과 작업이 가능한 ‘무진동 자이 로 카메라’ 구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하 생략) 눈이 휘둥그레지는 대목은... 「헬기 문을 열지 않고도 촬영과 작업이 가능하도록...」이 부분인데, 시청자들께선 아마 상상도 못하셨을 것이다. 아니, 하늘에서 헬기 촬영을 할 때 헬기 문을 열고 카메라 맨이 지상을 촬영한다는 말인가? 맞다. 물론 KBS와 MBC는 자사 소유의 헬기를 보유하고 있어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다만, 필자가 사회부 기자 초년병 시절때 갑자기 MBC 헬기가 정기점검에 들어갔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마 휴일날 가을 스케치를 위해 헬기 취재를 나선 참이었을 것이다. 그때 입사동기인 권혁용 카메라 기자와 둘이서 사설 항공사의 일반 헬기를 임대해 촬영을 시작했다. 헉!

[AoN] 방송 뉴스만의 경쟁력 '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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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취재 헬기가 눈덮인 산악지역을 항공촬영하고 있다. TV 뉴스에서 헬기 취재의 의미랄까... 평소 못보던 화면을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넓고 시원한 샷으로 가슴을 뻥 뚫어주기도 하고,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인생만사의 소소함을 깨닫게 해주기도 하고.. 미국의 방송 뉴스를 상당히 많이 참고하고 있는 우리 나라 방송사들은 각 사마다 헬기 한대씩 보유하고 있다. 큼지막하게 MBC, KBS... 이렇게 로고까지 색칠한 미국 벨사의 UH-1H기종이다. 방송헬기는 조종사와 부조종사, 그리고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 이렇게 넷이 탑승하는데, 평소 ENG 카메라를 어깨에 올려놓고 촬영하던 카메라 기자는 헬기에서만큼은 '헬리캠'이라는 특수장비를 통해 영상을 찍는다. 헬리캠은 헬기 하단부에 장착돼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헬기 좌석 앞에 마련된 모니터를 보면서 리모콘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카메라 기자라고 해서 다 헬리캠을 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몇몇 특수 교육을 받은 카메라 기자만이 헬리캠을 다룰 수 있다. 특히 미국 처럼 영토가 광활하고 총기 사건, 강도, 납치, 연쇄살인,  인질 추격 등등 살벌한 사건 현장이 많은 나라에선 방송사에 헬기가 긴요할 수 밖에 없다. 참고로 워싱턴 포스트에 보도된 미국 Fox사의 헬기 취재 관련 기사를 읽어보자. 美 Fox뉴스 용의자 자살 장면 생중 계 논란   Posted by ingppoo   미국 폭스(Fox) 뉴스 생방송 도중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이 전파를 탔습니다. 지난 금요일 오후 애리조나의 한 고속 도로에서 훔친 차를 타고 경찰차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던 한 남 자는 차를 버리고 도망치다가 머리에 총을 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문제는 헬기를 띄워 추격전을 생중계로 내보내던 폭 스 뉴스가 총을 쏘는 장면까지 여과없이 방송했다는 데 있습니 다. 용의자가 쓰러진 뒤에야 황급히 광고를 내보낸 폭스 뉴스는 뒤늦게 장문의 사과방송을 내보냈지만 엄청난 비

[AoN] 양복 벗은 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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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방송 취재기자들에게 '복장'은 참 어려운 숙제다. 그나마 출입처를 다니는 스트레이트 취재기자들은 간단히 양복을 차려입으면 그만이다.     가끔 양복 넥타이가 비뚤어진다거나 단추를 못 채운채 스탠드업을 하는 경우도 있어 눈쌀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데일리 스트레이트 뉴스를 맡고 있을 땐 무슨 옷을 입어야 할 지 걱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뉴스가 매일 정부부처발 보도자료로 채워지지는 않는다. 현장 고발이나 등산, 해양 관련 뉴스도 적잖이 다뤄야 하는 게 실정.     바닷가에서 어촌 이야기를 다루다가 난데없이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기자가 나온다면 그 얼마나 비현실적이면서도 생뚱맞은 초식인가.     혹은 산속에서 등산관련 뉴스를 전하는데 스타일리쉬한 캐주얼을 입고 나타난다고 해도 역시 눈밖에 나는 그림이긴 마찬가지다.     전체 기사의 흐름, 혹은 촬영된 영상의 연속성을 해치지 않는 복장이 그래서 필요하다.     근데, 참 다행스럽게도 '등산복'이 있다.     필자는 취재를 위해 비안도, 욕지도, 마라도 등 우리나라 섬 여기 저기 제법 다녀본 경험이 있는데, 정말 신기한 건 우리 국민들은 섬에 갈때도 '등산복'을 애용한다.   산이 아니라 '섬'인데도...말이다.   그래서 눈 질끈 감고, 방송 취재기자들도 아웃도어 아이템을 취재할 땐 무조건 등산복을 차려입고 간다.   막상 편집할 때도 그리 튀지 않고 적당히 현장 그림과 어우러진다.   필자가 언젠가 한라산 백록담 정상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는데, 우리 나라 등산객은 100이면 100 전부 등산복 차림이었던 반면 무슨 일인지 한라산 백록담을 찾은 한 서양인은 청바지에 점퍼...그리고 운동화 차림이었다.   사실 한라산 정도면 그 차림으로도 정복(?)

[AoN] TV모니터와 화면 분할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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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인치 정도면 상당히 큰 텔레비젼에 속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의 컴퓨터 데스크탑 크기 정도. 과거 흑백TV 시절이나, 컬러 TV가 막 보급됐던 시절쯤이었다. 기술의 발전이 거듭되면서, 평면TV와 디지털TV에 이어 스마트TV까지 등장했는데, TV는 똑똑해졌을 뿐만 아니라 화질도 향상됐고 화면의 크기도 커졌다. 이제 왠만한 가정에선 42인치 TV를 보는데, 삼성이나 LG전자의 기술력으로 볼때 조만간 80인치쯤 돼야 '나 좋은 TV좀 본다...'고 명함을 내밀 것 같다. TV의 화면이 확대되면서 함께 발전한 편집 기술이 화면 분할이다. 과거같으면 한 화면에 한 장면만 보여줘도 제대로 보일까 말까 했겠지만 이젠 대형 TV의 모니터에 화면 분할을 통해 한 순간, 여러가지 화면을 나누어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화면 분할을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1)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스튜디오를 연결하거나 2) 단순히 여러개의 상황, 혹은 사건이 벌어지고 있음을 화면 분할을 통해 많다(多)는 뜻으로 보여주거나 3) 앵커와 취재기자, 혹은 앵커와 인터뷰이를 한 화면에 잡을 때 처럼 화면 불할은 곳곳에서 나름의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방송 뉴스에서는 생방송 뿐만아니라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화면 구성이 우려될 때 다양한 그림을 통해 시청자의 눈을 잡아 두기 위해 화면분할 기법을 쓰는 경우도 많다. 화면 2분할은 주로 앵커와 취재기자를 생방송으로 연결해 크로스 토킹을 시도할 때... 화면 3분할이나  화면 4분할은 다양한 현장 그림은 한꺼번에 비교하거나 시청자에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줄 때 애용한다. 그런데 최근 딜레마가 생겼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많은 사람들이 손바닥 크기만한 스마트 폰을 통해 방송 뉴스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LCD TV, PDP TV 등 대형화된 TV 시대를 맞이하는 줄 알고 아무런 부담없이 큰 화면을 나누어 쓰던 기자들은 고

[AoN] 카메라는 사실....계속 돌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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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현장에서 카메라기자는 잠시도 쉴틈이 없다. 특히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취재에 들어가는 기획 기사나 고발 기사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카메라는 잠시도 쉬지 않는다. 간혹 취재원과 현장에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카메라 기자가 어깨에 얹어놓고 있던 ENG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때 역시 카메라는 돌아간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카메라를 내려놨다는 것에 잠시 방심하는 취재원들이 적지 않다. 얼마전 후배 기자가 대형 유통업체의 비리를 취재한 적이 있다. 외곽 취재를 모두 마치고, 관련 사실의 확인을 위해서 유통업체의 본사 홍보팀을 찾아가 회사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들어보는 타이밍이었다. 회사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던 건지, 인터뷰를 하던 담당 부장이 잠시 (상급자인) 임원실에 가서 인터뷰 멘트를 협의하고 오겠다며 성급히 자리를 피했다. 마음이 급했던 담당 부장이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양복 자켓에 고정해 놨던 마이크를 찬 채로 수미터 거리의 임원실에 들어간 것이다. 당연히 무선 마이크였고, 담당 부장과 임원이 나눈 대화가 취재진도 모르게 그대로 다 녹음됐다. "기자가 완전히 XXX입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래" "저도 잡아떼고 있습니다." 적나라한 그들만의 대화는 고스란히 고성능 무선마이크를 통해 ENG 카메라에 녹음됐고, 사내 변호사와의 논의 끝에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뒤, 그대로 방송에 틀었다. 당연히 해당 업체는 난리가 났을 것이고, 다음날 그들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기자에게 입에 담지 못한 욕을 했던 탓인지, 사과부터 했다는 후문. 대언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홍보부서의 간부들도 저런 실수를 하는데, 하물며 언론과의 접촉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일반인들의 경우는 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기자들이 홍보팀 임직원들에게 종종 하는 말이